강원도 춘천의 한종합병원에 응급실장겸 외과과장으로 근무할때이다.
어느 초여름 월요일 아침에 출근했더니 응급실이 시끄러웠다.
한아주머니가 아들의 익사사실에
혼절하여 응급실로 실려와 경련과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병원의 영안실에서 아들의 갑작스런 익사에 대성통곡하다 기절하여
응급실로 옮겨진것이었다.
당직의사가 진정제투여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고 외래로 올라
오니 아들의 시체검안서가 올라와 있었다.
사인은 익사였고 사망장소는 홍천강이었다.
홍천강은 물살이 빠르기로 유명한 강이어서 익사사고가 빈발하는 곳이었다.
전날 응급실 당직의사가 이미 사망자의 신원과 사인을 확인하였던 터라 나는
시체 검안서에 사인을 하였고 한젊은이의 이른 죽음과
그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불행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망한 사람은 나와 나이가 같았다.
그즈음에 나는 한 헬스 클럽에 다니고 있었는데
가끔 밤 늦게 들르거나 토요일 오후에 가면 항상 나의 운동시간과 비슷한
시각에 엄청난 무게의 바벨를 들어올리는 큰키와 근육질의
훌륭한 몸매를 가진 한 잘생긴 사내를 볼 수 있었다.그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것 같았다.
짐작 컨대 꽤 오래전부터 그헬스 클럽에 다니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의 몸은 내가 그헬스 클럽에서 본사람중 가장 훌륭한 몸매의 소유자였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나 실베스타 스탤론에 비길만 했다.
그런 그가 며칠동안 체육관에 보이지 않았다.잠시 운동을 쉬나 보다 생각했다.
나중에 관장이 전해준 바로는
그는 주말에 친구들과 홍천강가로 놀러갔다 술을 먹고 수영중 익사했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내가 얼마전 사인한 그 시체검안서의 익사자 이름과 동일인이었다.
그우람하고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그가 죽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영화속에 불사신처럼 움직이는 근육질의 스타처럼 그는 절대 죽으것 같지 않았는데...
잠깐씩 눈인사로 마주치던 그의 얼굴과 체격은 엷은 미소속의 강인함 그자체였다.
관장이 계속해서 전해준 이야기는 이러했다.
친구들과 강가 모래언덕에서
술을 마시던 그는 술이 떨어지자 70-80미터 정도의 강폭을헤엄쳐 강건너편에
있는 가게에서 술을 사오겠다고 호기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미 상당량의 소주를마신 상태였으나 일단 강건너편까지 헤엄쳐 건너
소주를 사는 데는 성공했다고 한다.건너편의 친구들에게는 소주와 안주를 치켜들며
자기의 목적이 성공했음을 알렸다고 한다. 비닐봉지의 소주와 안주를 허리에 단단히 묶었다.
그다음 그는 얼마전의 큰비로 강물이 불고 유속이 빨라진
강을 되돌아 건너기 시작하였고 잠시후 강중간을 건넜을 쯤 그는 친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의 모습이 발견된 것은 몇시간이 지난 강아래쪽이었다. 물론 이미 익사한 상태였다.
그는 만취 상태에서 헤엄을 쳐가며 자기를 죽음으로 몰아간 술을 사오는데 열중했다.
그 짧았던 몇시간동안 그는 사물의 인지능력,자제력,판단력을 상실했고 그의 친구들도 그러했다.
강건너편의 가게주인도 그가 이미 만취 상태에서
도강하여 자기 가게로 술을 사러왔음에도 술을 팔았고 또 직후의 음주 도강을 말리지 않았다.자기자신이 아니더라도 그주변의 누군가가 말렸더라면 그와 그가족들의 불행을 막지 않았을까.